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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 [농업이 IT(잇)다] 퍽퍽한 뒷다릿살도 맛있어지는 기술 개발…푸드테크 기업 ‘딥플랜트’

[KOAT x IT동아] 한국농업기술진흥원과 IT동아는 우리나라 농업의 발전과 디지털 전환을 이끌 유망한 스타트업을 소개합니다. 기발한 아이디어와 상품, 그리고 독창적인 기술로 우리의 삶을 윤택하게 할 전국 각지의 농업 스타트업을 만나보세요.


“수온과 수압, 초음파를 활용해 개발한 숙성 기술로 저등급, 비선호 부위 육류의 맛을 바꿨습니다. 퍽퍽한 뒷다릿살도 부드럽고 맛있게 즐길 수 있습니다.”


푸드테크 기업 딥플랜트 김철범 대표의 말이다. 김철범 대표는 꽃등심과 같은 선호 부위뿐만 아니라 뒷다릿살 등 비선호 부위도 버려지지 않도록 특허 기술을 개발, 육류 숙성에 적용했다. 해당 기술로 육류의 종류와 등급, 부위별 데이터를 축적, 다양한 서비스도 출시한다는 목표도 세웠다. 김철범 대표를 만나 어떤 특별한 기술로 육류를 숙성해 맛을 내는지 들어봤다.


김철범 딥플랜트 대표. 출처=IT동아


‘수온·수압·초음파’ 활용한 숙성 기술로 비선호 부위 고기 맛 탈바꿈


딥플랜트는 특허받은 기술로 비선호 부위 고기도 맛있게 만들 수 있다고 자부한다. 김철범 대표는 “딥플랜트가 개발한 숙성 기술, ‘딥에이징(Deep Aging)’은 수온과 수압, 초음파를 혼합한 물리적 특수 숙성 방식”이라며 “이 기술로 육류의 단백질 분해 효소인 카텝신을 활성화해 빠르게 단백질이 분해되도록 유도, 숙성 시간을 단축한다. 덕분에 퍽퍽한 뒷다릿살도 부드럽게 만들 수 있다”고 설명했다.



딥플랜트가 개발한 특허 숙성 기술 ‘딥에이징’ 개념도. 출처=딥플랜트


이어 “원리는 진공 포장된 육류를 수온 범위 약 -2℃에서 10℃ 사이 챔버에 담가 수심 100m에 해당하는 수압과 2,000W~3000W 사이 초음파 조건에서 30분~180분 사이 딥에이징한 후 냉장고에서 숙성하는 것”이라며 “특수장비 엔지니어링 분야에서 20년간 경험을 쌓은 덕분에 딥에이징 시스템을 구현할 기기도 직접 설계했다"고 말했다.



딥에이징 숙성에 요구되는 수온과 수압, 초음파 조건을 맞춰주는 기계. 출처=딥플랜트


김철범 대표는 “기존 육류를 숙성할 때는 건식 숙성(육류를 일정 온도와 습도에 노출해 건조하는 방식)의 경우 30~60일, 습식(진공 포장해 냉장 보관으로 숙성하는 방식)은 20~30일이 걸렸다”며 “딥에이징 숙성을 거치면, 건식 숙성은 3~15일, 습식은 7~15일이면 충분하다. 딥에이징으로 육류를 빠르게 숙성하면, 판매자는 자연 숙성을 기다리는 시간 대비 수익을 최대화할 수 있고, 소비자는 저렴하고 맛 좋은 고기를 먹을 수 있는 장점이 있다”고 전했다.



딥에이징 숙성을 거친 뒷다릿살. 출처=IT동아


현장에서 딥에이징 숙성을 거친 뒷다릿살을 직접 시식한 결과, 기존 퍽퍽한 식감과 달리 항정살과 같은 부드러운 식감을 냈다. 고기를 30분간 식힌 후 다시 시식했을 때도 부드러운 식감은 유지됐다.


김철범 대표는 “딥에이징 숙성 고기를 드신 후 특히 고령층이 호평을 남긴다”며 “치아가 불편한 어르신이나 질긴 고기를 씹기 어려워하는 아이들, 지방을 많이 섭취하면 안 되는 질환을 지닌 이들이 만족감을 표시할 때 보람을 느낀다”고 말했다.


스킨스쿠버 즐기다 떠올린 창업 아이템…데이터 모아 서비스 다양화 추진








김철범 대표의 취미는 스킨스쿠버다. 스킨스쿠버 강사로도 활동하는 그는 어느 날 바닷속에서 번뜩이는 아이디어를 떠올렸다고 전한다.


김 대표는 “아름다운 바닷속을 구경하다 보면, 한곳에 오래 머무르게 되므로 운동량이 많지 않다”며 “호흡도 천천히 하는데 왜 물에서 나오면 항상 배가 고픈지 문득 궁금했다. 수압의 영향이지 않을까 싶어 논문을 찾다가 우연히 초음파가 육류에 영향을 미친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수압과 초음파를 조합하면 어떤 결과가 나올까' 하는 궁금증이 사업 토대가 됐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현재는 육류의 단백질 분해를 가속하는 장비와 기술을 보유했지만, 여기서 더 나아가 파생되는 데이터를 수집하고 분석하는 기술에도 집중하고 있다”며 “육류 데이터가 쌓이면 다양한 서비스가 나올 수 있다. 모든 고기는 운동량에 따라 근육의 질과 발달 정도가 다른데, 데이터로 기준을 잡으면 도축 후 해당 고기가 구이에 적합한지, 찌개에 적합한지 추천하는 서비스를 개발할 수 있다. 유통 단계에서부터 분류를 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딥플랜트는 데이터 축적을 위해 경상국립대학교 축산학과와 협업 중이라고 밝혔다.


딥플랜트가 육류를 숙성해 맛을 분류한 뒤 얻은 결과치를 데이터화한 모습. 출처=딥플랜트


김철범 대표는 “언제 어디서나 기대한 맛을 얻기 위해서 필요한 것은 방대한 데이터”라며 “경상국립대학교 축산학과와 협업으로 '전자 혀'를 이용해 고기 부위별 맛을 신맛과 쓴맛, 떫은맛, 감칠맛, 뒷맛 총 다섯 가지로 구분해 데이터를 쌓고 있다. 방대한 데이터가 쌓이면 오차 범위가 좁혀져 세계 어디서든 현지에서 원하는 맛을 낼 수 있기 때문에 해외 진출도 가능하다”고 말했다.


딥플랜트는 올해 초 한국농업기술진흥원이 주관하는 농식품벤처육성지원사업에 선정됐다. 이를 기반으로 대량 양산 시스템을 구축하고 있으며, 경상국립대학교와 협업도 강화해 데이터 확보에 박차를 가할 예정이다.


지속적인 연구개발 위한 자금 확보 필수…”블라인드 테스트로 승부할 것”


김철범 대표는 “더 많은 소비자를 만날 수 있는 창구를 확보하는 게 과제다. 현재 네이버 온라인 스토어와 자사몰 딜리시미트, 서울 서초구 소재 음식점 살롱드누아에서 한우 안심스테이크를 주문하면, 딥에이징 숙성 고기를 맛볼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방대한 육류 데이터 축적을 위해 필요한 것은 자금이다. 더 많은 소비자에게 다가가는 방법을 고민해야 할 시점”이라며 “아무리 맛이 좋다고 글로 써도 결국은 직접 먹어봐야 가치를 알 수 있을 것이다. 마트에서 일반 숙성 뒷다릿살과 딥에이징 숙성 뒷다릿살을 두고 블라인드 테스트를 진행하는 방식도 고려 중이다. 내년에는 대형마트와 새벽배송 업체 등에 제품을 공급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선호 부위만 소비하는 문화를 바꾸는 데 기여하고 싶다. 명절을 떠올려 보자. 꽃등심 선물 세트는 있어도 뒷다릿살 선물 세트는 없다”며 “선호 부위만 소비하는 문화로 인해 나머지 육류 부위는 대부분 버려지게 되고, 선호 부위를 형성하기 위해 인위적으로 사료를 투여하는 과정에서 건강한 먹거리를 먹을 수 없는 악순환이 있다. 이를 개선하는 데 기술을 활용하고 싶다. 데이터를 쌓아 만든 서비스로 다양한 부위의 육류 소비를 촉진하는 데 기여하고 싶다”고 말했다.


동아닷컴 IT전문 김동진 기자 (kdj@i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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